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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프알# 개발의 문턱 Framer X 가 나온 후 나는 Framer, Framer X 둘 다 쓰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Framer Classic은 점점 사용하지 않는 추세였고, X를 쓰려면 그 전에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뭐부터 해야 하는지 감도 없었다. 김이 많이 빠졌다. 프로토타입의 개념 조차 없던 회사에서 나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중 하나가 프레이머였다. 개발과 거의 흡사하게 세밀한 모션을 구현했고 개인적으로도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꼈었는데 기껏 공부했던 게 허탈하게 사라져버렸다. 아무도 배우지 않는 것을 혼자서 겨우 쓰다가 이제는 Protopie로 넘어간 상태다. Framer for Designers라는 문장은 말인지 막걸리인지 납득 불가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포기..는 아니고, 차근차근 공부를..
물펠트 작업하던 날 서래마을의 니들펠트 공방에서 물펠트 작업을 했었다. 니들펠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든 고난이도의 작업이다.힘겹게 몇 시간 동안 체험 삶의현장을 촬영하는 기분으로 펠트가 뭉칠 때까지 비비고 또 비비고, 그렇게 해서 예쁜 손가방이 완성되었다. 아, 이렇게 정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취미생활이 또 있을까? 정말 매력이 넘치는 작업이다. 완성물이 나오면 내가 장인이 된 기분이다. 완성된 가방! 정말 너무 귀엽다. 아까워서 들고다니질 못하는데 언젠가는 들고 외출해야겠다.
워드프레스에서 다시 티스토리로 티스토리로 다시 돌아왔다. 2013년 포폴 용도로 티스토리를 개설했다가 워드프레스로 갈아탄 지 2년 만에. 당시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받는 방식이었고 화면 편집을 디테일하게 할 수 있었다. 스스로 html과 css를 공부하기에 좋았고 네이버 블로그에 비해 전문성도 있었다. 그래서 포폴 용도로 적당했다.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면서 티스토리에서 제공하는 테마의 디자인이 올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테마를 커스텀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실제로 글을 올리는 것보다 사이트 테마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다가 워드프레스를 도전하게 되었다. 워드프레스를 시작할 때 메리트는 이러했다.테마가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블로그, 포트폴리오 등 무료 테마 중에서도 사용할 ..
산 속에서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 오는 불빛의 따뜻함을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산 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 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가게 해 준다는 것을 산 속에서 - 나희덕
씁쓸하군 버스를 타고 언덕을 돌아 내려갈 땐 응암동, 신사동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탁 트여서 기분이 좋았다.이제 그 풍경은 힐스테이트에 사는 사람들이나 볼 수 있게 되나보네.햇빛도 그들의 것. 풍경도 그들의 것.
행복하세요, 용사여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읽으며 출근하는 중이었다. 인문학 책을 읽을 때 최적의 음악인 take five는 삶에 대한 고찰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엄마, 분유 이제 180ml 먹여도 될 것 같애. 180미리가 얼만큼이냐구? 네 숟가락 반. 응. 알았어. 난 지금 책을 읽으며 출근하는 중이다. 음악도 잘 듣고 있다. 옆사람의 이야기가 오른쪽 귀에 섞여 들리기 전까지는. 너만 지각이야? 우리 둘 다 지각이잖아. 너 지금까지 출근할 때 애들 챙긴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 그렇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늦잠으로 본인 출근 준비만 하고 나가버린 모양이다. 말투가 점점 격해지고 그걸 가만히 듣다가 덩달아 열이 받아버린 나를 발견했지. 이게 바로 한국 워킹맘의 현실이라고. 어쨌든 내리기 한 정거장 바로 전에..
박웅현 강연을 듣다 올해 6월,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책을 구경하다 문학동네 부스를 발견했다. 북적거리는 가운데 북클럽 연간 멤버십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혜택 안내문의 한 부분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생책 「여덟단어」 의 작가 박웅현 님의 강연이라니.「생각의 기쁨」, 「모든 요일의 기록」 을 연이어 읽으며 두 작가가 직장 동료라는 걸 알고, 그들에게 오래도록 존경받는 팀장님이 동일인물이란 걸 알게 되고, 그 팀장님이 너무나도 궁금해 읽게 된 여덟단어가 인생책이 되고, 이렇게 강연 소식을 접하게 되었을 때의 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책이 내 손에 운명의 끈을 쥐어준 것이다. 강연만은 꼭 듣겠다는 생각으로 멤버십에 가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D-day.장비를 믿지 말 것이번 강연은 신촌 메가박스 3관에서 진행되었다. 강..
사랑하는 계절 자고 일어나니 바깥이 너무 환하다. 현관문을 열자 눈 앞은 온통 새하얗다. 나무 한 그루가 우두커니 서 있는 드넓은 눈밭. 다행히 아직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세상 모든 빛을 머금고, 눈부신 1월의 들판이 나를 기다린다. 눈을 찡그리는데 그 기분이 꽤 괜찮아 잠시 웃어 본다. 차갑고 맑은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다. 상쾌함. 찌뿌드드한 몸을 쭈욱 폈다가 숨을 내쉰다. 그윽한 입김. 눈밭에 첫번째 발자국을 남긴다. 포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부츠 모양이 꾸욱 찍힌다. 그대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간다. 아름드리 나무 앞에 도착해 뒤를 돌아본다. 구름이 없는 하늘, 그리고 반짝이는 하얀 빛들의 향연을 만끽해 본다. 겨울의 공기, 그리고 근근히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소리가 전부다. 저 멀리 이웃집에서 연기가..
CA CON 86 – Airbnb Design System 후기 https://www.cabooks.co.kr/con-86 사내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디자인, 개발팀이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디자인시스템이라 명명할 수 없고 다져지지도 않은 상태지만 체계적이고 명료한 가이드가 제공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건 모두의 최종 goal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굉장히 섬세하게 짜여있다고 생각했던 Airbnb 디자인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이번 컨퍼런스는 에어비앤비 디자인시스템 팀을 총괄하는 한유진 디자이너가 스피커를 맡았다. 총 세 번의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이 되었는데, 단어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유익했다. 나에게 맞는 상황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공감되었던 것 같다. 디자인 시스템 이야기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살..
버스에서 든 생각 앞자리에서 아주머니가 안절부절 하신다. 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아차 싶은 모양이다. 아유 어떡해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아유, 기사님 기사님! 나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다급한 목소리로 기사님을 계속 부르신다. 버스 기사님도 난감했는지 "아 근데 어떡하라구요." "나좀, 세워줘요."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던 버스가 다시 차선을 바꾼다. 정류장에서 얼마 못 가서 아주머니는 내리신다. 문득 든 생각.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우리 어머니 또는 할머니 세대다. 세상을 살아내다 보니 점점 억새지고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몸의 감각도 둔해지고, 낯선 물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못 하고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시기. 왜 먼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걸까. 나..
똑같은 꿈을 계속 꾸는 능력 소풍인 것 같다. 어릴 적 자주 갔던 큰솔밭스러운 딴세상 풍경이 어스름히 펼쳐져 있다. 빛이 새어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보물찾기일까? 아니다. 나는 약간의 공포감에 휩싸여있다.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해 겁을 먹었는지도 모른다. 헤매고 헤매다 발길이 멈춰진 두 갈래길가운데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늙고 검은 나무의 형체. 나무는 둘레를 재기 힘들 정도로 거대했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굵은 뿌리 사이로 동굴처럼 구멍이 뚫려 있다. 빨려들 것 같은 음산한 기운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우리는 서로에게 눈짓을 보낸다."들어가 볼까?" 같이 있던 친구들 중 몇명만이 호기심 그득히 굴 속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생각보다 깊고 긴 굴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한다. 몸이..
학교에서 해본 생각 졸업 후 학교를 찾아갔다. 도대체 이게 몇 년 만인지. 학교는 많은 발전을 했지만 우리들의 스무살은 그대로 간직해 주고 있었다. 학교 이곳 저곳에서 우리 반 사람들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추억들은 우리의 담소 거리가 되었다. 그때의 장면들을 하나 하나 소환 하노라면 코끝이 찡할 정도로 懐かしい하다.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교정을 산책하고 사진을 찍었다. 학교는 너무 아름다웠다. 걸음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왜 그땐 학교가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학교는 졸업해야 예쁘다”라고 오늘 친구가 명언을 남겼다. 하지만 어쩌면, 그때의 생각까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겨우 연락처가 남아 있는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고 톡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아무 일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