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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펠트 작업하던 날 서래마을의 니들펠트 공방에서 물펠트 작업을 했었다. 니들펠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든 고난이도의 작업이다.힘겹게 몇 시간 동안 체험 삶의현장을 촬영하는 기분으로 펠트가 뭉칠 때까지 비비고 또 비비고, 그렇게 해서 예쁜 손가방이 완성되었다. 아, 이렇게 정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취미생활이 또 있을까? 정말 매력이 넘치는 작업이다. 완성물이 나오면 내가 장인이 된 기분이다. 완성된 가방! 정말 너무 귀엽다. 아까워서 들고다니질 못하는데 언젠가는 들고 외출해야겠다.
오래된 필름 묵혀 둔 필름을 현상했다. 오래돼서인가? 몹시도 희한한 컬러가 잔뜩 나왔다. 필름 현상소가 얼마 없어서 서랍에 모아 둔 채로 깨끗이 잊어버렸다. 그러다 도쿄 여행 전날, 문득 카메라가 떠올랐다. 보호 커버로 대충 싸서 보관한 미놀타 x-700과, 자리 차지만 하고 있던 필름 몇 롤. 그렇지 몇 년 전인지는 모르겠는데 나 오사카 여행에서 필카 썼음. 사진을 보니 적어도 7년은 된 듯하다. 필름 두 롤에 장소도 다양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일 테니까, 카메라도 방치한 지 그쯤 됐겠지. 그때 샀던 새 필름들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이제 다시 사진 찍어야지. 오사카의 어느 시장에서. 노인 분들이 바둑 비슷한 걸 두고 계시는 풍경이 고즈넉하고 담백해보였다. 어찌나 드문드문 찍는지 갑자기 한국이다. ..
십일월, 서촌 5년만에 만난 친구와 서촌에 다녀왔다. 육아로 지친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 했다. 서촌은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 좋은 곳이었다. 20년지기 친구를 만나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아늑한 곳곳의 분위기는 친구의 육아 스트레스와 나의 업무 스트레스를 풀기에 아주 적당했다. 책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뜨개질을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편안했다. 아트북 서점. 몇 권 지를 뻔 했다. 이렇게 환상적인, 한옥과 영어의 조합이라니. 고즈넉함. 어이쿠 내친구 최탐정이네? 푸른 양귀비.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록도 박물관. 고통스러웠던 소록도의 키워드들.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잡생각은 버릴 수 있도록. 텅 빈 벽에 조명만이.
여행, 도쿄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어를 하나도 몰랐을 때 친구를 만나러 도쿄에 갔었다. 낯선 도시를 거닐던, 붉은 건물과 눈 쌓인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놀았던, 케이크를 사서 신나게 송년 파티를 했던, 디즈니랜드에서 가장 시끄럽게 놀았던 일 등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곳이 나의 첫 번째 일본 여행지 도쿄였다. 몇 년 후 다시 그 친구와 함께 두 번째 여행을 했다. 그때는 여름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강을 따라 내려가며 다리마다 설명을 들었던 일, 디즈니씨에 가서 놀이기구 하나를 반복적으로 타며 또 한 번 성가시게 다녀본 일, 오사카로 가는 신칸센을 타고 가며 오벤또를 사 먹었던 일. 그 후로 나는 도쿄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 다시 ..
일본 최북단, 왓카나이 지금 나는 어디? 아래로는 오타루와 삿포로가, 바다 위로는 러시아 사할린 땅이 펼쳐지는 경계선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일본의 땅끝마을이 있다. 내가 지구본 위에 서 있다면 이 정도 설명 만으로도 나를 찾기 쉬울 것이다. 원래 우리는 입버릇처럼 블라디보스토크를 이야기했었다. 제주도 갈 때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하자는 아무 말 잔치를 몇 년째 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도를 보다 보니 바로 옆 일본의 북쪽 끝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곳인데 이상했다. 지도를 확대해 보았을 때 나는 ‘왓카나이’라는 지명을 처음 알게 되었고, 우리가 블라디보스토크를 가서 뭘 할 거냐며 친구에게 여행지를 바꾸자고 이야기했다. 친구는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며 나에게 언어를 맡겼고 본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