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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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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 하늘의 별 따기. 옛날 속담인데 너무 잘 만든 것 같다. 요즘 같은 때 쓰라고 나왔나 보다. 좋은 리더를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 힘든 일이라니. 인간에게 아무리 바이오 리듬이 있다지만 요즘만큼 감정선이 극과 극을 치달았던 일이 있었던가? 정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가 있다. 리더가 제 역할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그를 따라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은 리더를 만나기가 힘들어진다. 기분파, 정치가, 가식형 등 여러 타입을 만나 보았다. 그러나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가장 나쁜 리더란, ‘디자인을 못하는 리더’라 생각한다. 리더의 디자인은 리스펙 할 수 있어야 한다. 본보기가 되는 디자인에서 인사이트를 얻고 리더의 의견에 ..
판소리 공연 '오셀로'를 보다 덕수궁 돌담길을 몇 년 만에 걷는지.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 사촌동생과 나는 밥 대신 간단하게 와플과 커피를 사서 정동극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판소리 공연은 난생처음이다. 기대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저 그동안 접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이 설렜다. 제목은 판소리 오셀로. 오셀로 이야기를 판소리로 풀어나가는 것이라 한다. 상상할 수가 없네. 판소리 무대라 함은 무엇인가. 스탠드 마이크가 하나 있고 옆에는 북 치는 그분의 이름이 뭐더라, 고수라고 한다. 고수의 북 장단과 추임새에 맞춰 소리꾼이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하면서 노래와 말을 하는 모습이 아니던가. 그런데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아, 나는 정말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이 공연을 보러 온 것..
사촌 동생아 꼭 작가가 되어라 '다시, 부산' 이라는 매거진이 무릎 위에 있다. 내 사촌동생 장은비는 홀로 여행을 자주 하며 전국구로 활동한다. 야구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독서와 글쓰기도 좋아한다. 또한 먹는 것도 좋아한다. 다소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까지 나와 아주 비슷한데, 다만 혼자 여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용기는 나에게 없는 점이다. 그 부러운 이야기를 해 보겠다. 동생이 부산 여행을 할 때 아주 괜찮은 독일 사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서울에 와서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할 수 있었다며 이야기를 썼는데, 그것이 부산 매거진에 실린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글짓기에 관해서는 영 실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
글쓰기의 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작가 김민식이라는 사람의 강연을 듣고 있다. '여러분, 저는 괴로울 땐 글을 씁니다' 밝고 또렷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 보고 굉장히 놀랐다. 작년에 페이스북에서 김장겸의 퇴진을 외치며 라이브 방송을 내보내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당시에 MBC는 더이상 신뢰할 수 없는 언론사로 전락해 있었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던 직원들은 부당하게 해고 당하거나 일과 관련 없는 부서로 발령 받는 기막힌 상황이었다. 이때 김민식PD 또한 정직을 당하고 비제작 부서로 발령을 받아 드라마를 제작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고통을 견뎌오며 어느 방송에서는 눈물을 쏟을 정도로 힘겨운 상황이었다. 나도 관심을 갖고 답답해하거나 화를 내며 지켜봐 왔기에 그 괴로움..
머리가 있으면 앞을 보자 최근 몇 달 동안 제시간에 퇴근해 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퇴근 후 동네에 오면 버스가 끊기기 일쑤였고, 밤 열한 시가 넘어 체감 시속 150km로 질주하는 택시에 몸을 맡기노라면 한 번 탈 때마다 수명이 10개월은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지난달에는 무려 일곱 번 택시를 탔더라. 더 슬픈 건 그 공포 또한 무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총알택시를 타는 것도 익숙해지니 습관처럼 타는 것 같았다.(오늘도 나는 총알택시를 타고 가면서 글을 쓰고 있다.) 그렇게 길고 긴 줄줄이 야근을 하고 5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나는 멘탈이 나가버렸다. 그럼 지난 5개월간의 이야기를 요약해 보겠다. 디자인 팀장 자리를 뺏기고 기획 팀장으로 가게 된 사람이 각종 방법으로 새로 온 디자인 팀장을 경계하고 못 살게 굴었다. ..
고생끝 고생시작 장장 8개월만에 드디어, 맥을 받아냈다. 보수적인 조직 구조. 동의되지 않은 권위와 권력에 외롭게 맞서며 나는 그동안 얼마나 쫄보가 되었던가. 가파른 얼음 산의 크레바스 안에 떨어져 공포심에 떨었던 나는, 아찔한 순간에 새로운 캠프지기를 만나면서 180도 뒤바뀐 삶을 살기 시작한다. 어제부로 일부 팀원들 책상에 아이맥이 놓여 있다. 감회가 새롭다. 맥 받아내느라 3년동안 고생했다고 팀원분들이 말해주는데 이렇게까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 밖의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가지 경험을 쌓으면서 회사 안에서 그동안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작업해왔는지를 알게 되어 팀 리더에게 처음으로 스케치 및 맥 지원을 이야기해보았을 때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나에게 온 대답은 '개인만 생각한다'는 핀잔이었다. 장난감..
그릇을 채우는 사람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방식은 매우 다양해서, 저마다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인사이트를 얻는다. 다른 무엇보다 사람으로 인해 얻는 마음의 양식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종이책만큼 다양한 장르의 '사람'이라는 책을 통해 인생 곡선을 그린다. 때로는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존경심을 갖기도, 반성의 기회를 만들기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다짐하기도 한다.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책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그려진 나의 인생선과 맞닿아 있는 사람들을 그리며 글을 쓴다. 우연한 기회에 '인생 그래프 그려보기'를 하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겪었던 큰 일들을 연도별로 적어보는 것이다. 기억나는 일이 많으면 1년을 다시 달로 나누어..
말하기와 글쓰기 "먼저 본론의 핵심 문장을 적는다. 그 다음 결론을 적어본 뒤, 듣는 사람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가벼운 내용으로 서론을 구성한다. 다음은 본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의 이유나 사례를 키워드로 나열해 본다. 그리고 각각의 키워드에 살을 붙여나가는 방법으로 내용을 구체화시킨다." 이것은 발표를 위한 콘텐츠 작성 과정이다.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 것은 북리뷰를 쓰기 위한 개요 작성 과정과 매우 흡사했다. 흥미롭게도 위의 내용은 「서민적 글쓰기」에서 북리뷰 뼈대 만들기 과정으로도 소개되어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에서도 글쓰기의 방법으로 비슷한 내용이 있다. 말을 할 땐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거라 생각한다. 표현하는 수단이 다를 뿐, 이야기의 목적과 듣는(읽는) 사람이 동일하다면 말하..
지하철의 자유 곧 할로윈이라 그런가? 지하철에 외국인들이 잔뜩 있는데, 시끌벅적 하다. 얼굴엔 롯데월드 어드벤처틱한 반짝이는 스티커를 붙였고, 뿔을 달고 새빨간 옷을 입었다. 그들이 다 같이 떠드는 소리가 엄청난 데시벨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 영어라 해석이 되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 축구를 본 건가? 야구? 아무튼 가을은 가을이다. 무언가 신나는 일들로 가득한 계절이다. 그리고 나도 내일부터 휴가다.
주말 걷기에서 에너지를 얻다 주말에 할 일이 많았다. 원단을 사러 동대문 시장에 갈 예정이었는데, 여행에서 쓸 카메라를 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필름은 잔뜩 샀는데, 카메라가 켜지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좋은 타이밍에 딱 떠올라서 어찌나 다행인지. 천을 담을 큰 가방을 메고, 오전부터 나간다. 동대문 시장은 토요일에 두 시정도면 거의 문을 닫아서, 아침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일요일은 열지 않는다. 종로 보고사는 다행히 토요일에도 저녁 7시까지 한다고 한다. 동대문 부터 먼저 가 본다. 지하철로는 40분, 버스로 50분 정도 걸린다. 햇빛도 쬐고, 버스로 가자. 이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버스 앞 좌석에는 어린 아이와 엄마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가 이것 저것 물어보아도 엄마는 다정하게 대답해 주고 있..
영화 더 테이블 옥수수에서 오늘 무료로 상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고싶던 영화라 바로 플레이했는데, 와.... 너무 섬세하다. 이 미묘한 감정 표현이란! 와 이런 영화가 상영관도 별로 없었고 벌써 무료로 풀렸다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주인공들도, 영상도 너무 좋은데, 세상에. 이런 가슴 떨림 몹시도 오랜만이다. 감독한테 반할 기세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테이블. 살다보면 世の中にはいろんな事情がある人がいるんだな。정말 신기하다. 내가 앉았던 어느 카페의 테이블에는 또 어떤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앉았을까?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헤어질까? 왜 마음 가는 길이, 사람 가는 길하고 달라지는 지 모르겠어선택을 한 거잖아혜경과 운철의 대화가 너무 마음에 와 ..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자 나는 지금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전반적인 장비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스케치를 사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 곳은 지금도 엑셀로 플로우를 짜고, 포토샵으로 UI 그리드를 잡고, html로 목업을 만들고, 파워포인트로 가이드를 치는 업무 프로세스를 고수하고 있다. 추구하는 서비스의 방향은 너무나도 미래 지향적인데, 정작 그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과 수단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일정 또한 모순이다. 디테일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주지 않는다. 자사 서비스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에이전시 못지 않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뇌에서 신호를 보내면 그 즉시 그림이 그려지는, 어떤 최첨단의 디자인 시스템을 기대하는 듯하다. 야근은 기본이고, ppt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