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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여행하며

이사온지가 벌써 6년이나 됐는데, 아직 이 동네에 벚꽃 스팟이 있다는 것 말고는 이렇다 할 좋은 점을 모르며 살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일어나자마자 출근 준비를 했고, 하루 8시간 이상은 회사에 있었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동네는 이미 거의 10~11시였다. 매일을 그런 루틴으로 살았다. 저녁 약속도 동네에서 있던 적은 거의 없었고, 이 동네에서는 집과 지하철 역 말고는 돌아다녀보지 않았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곳에서 사는 하루하루도 소중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고, 틈나는 대로 카메라를 챙겨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우리 동네에는 어르신들이 아주 많다. 많은 곳을 이사다녀봤지만 이 동네만큼 어르신이 많은 동네를 보진 못 했다. 동네 또한 어르신들의 생활에 맞춰진 구수한 분위기의 상점들이 많다. 불광천 벚꽃길 덕분에 그 주변에는 카페나 음식점들이 많은데, 최근 들어 트렌디한 가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근처를 돌아다녀도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목골목을 돌아다녀보니, 그 옛스러운 분위기들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주택가, 느릿느릿 시끌벅적한 시장, 집집마다 다르게 생긴 검침기들, 오래된 우편함, 자전거를 세워둔 벽돌집. 동네만의 낭만이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그 낭만을 즐기지 못했던 것이었다. 왜그랬을까. 요 며칠 날이 너무 좋아서 산책을 나가보았는데, 쓸쓸하다고 생각했던 이 동네가 담백하고 예뻐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블럭들이 많은 골목을 천천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 오, 이렇게 건물 주차장을 가로질렀는데 이 길이 나오네. 이 계단을 내려갔더니 아까 그 버스가 지나가던 길이네. 아 이집에 사는 분은 오늘 새벽 배송을 시켰네. 엇 여기가 학교로 가는 지름길이었네.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구르면 큰일날 것만 같은 언덕을 넘고 넘고, 차도 다닐 수 없는 비좁은 길도 가보고,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한 번 봤던 것 같은 검침기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분명 방향치인데, 이 길로 가면 집이 나오겠구나, 생각하는 게 가능했고 신기했다. 특별한 것은 없어도, 이것이 사람 사는 거구나 싶은 동네가 우리 동네였다. 그래서 더 많이 관찰하고 더 많이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동안 찍었던 필름사진들은 영상과 함께 유튜브에 올렸다. 종종 이렇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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