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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버스에서 든 생각

앞자리에서 아주머니가 안절부절 하신다. 카드를 찍어야 하는데 아차 싶은 모양이다. 아유 어떡해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아유, 기사님 기사님! 나 가방을 안 가지고 왔어. 다급한 목소리로 기사님을 계속 부르신다. 버스 기사님도 난감했는지


"아 근데 어떡하라구요."


"나좀, 세워줘요."


좌회전 차선으로 진입하던 버스가 다시 차선을 바꾼다. 정류장에서 얼마 못 가서 아주머니는 내리신다. 문득 든 생각.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갖은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우리 어머니 또는 할머니 세대다. 세상을 살아내다 보니 점점 억새지고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몸의 감각도 둔해지고, 낯선 물건을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못 하고 젊은 사람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시기. 왜 먼 앞날을 미리 걱정하는 걸까. 나이가 더 들면 어쩔 수 없이 깜박깜박 할 텐데, 자연스러운 현상일텐데. 그 모습이 두렵나보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텐데.


그런데 내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날이 과연 먼 앞날일지도 확신할 수 없고 또 그게 두려워지는, 얼마 남지 않은 30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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