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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안녕! 고마웠던 2019년.

 

 

 

매년 하는 소리가 그렇다. 아 올해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어. 그런데 올해는 유독 그랬던 것 같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서 머리도 복잡했다.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매년 계획을 세웠고 지키려고 했었는데 올해는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기억력 감퇴? 그래서 결산을 해 보았다.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미디엄, 페이스북, 블로그 포스팅을 뒤져보고 정리해 보았다.

올해의 다짐 : 인생을 즐겁게 만들자

다이어리를 찾아보고 내가 올해 초 했던 다짐을 알게 됐다. 만물 개비어아의 반신이성 낙막대언 : 만물의 이치가 모두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나를 돌아보고 지금 하는 일에 성의를 다한다면 그 즐거움이 더없이 클 것이다. 인생책 여덟단어에서 소개된 말을 손글씨로 적어놨었다. 현재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구절이고, 이걸 내 삶의 목표이자 목적으로 정했었는데 잘하고 있었을까? 


2019 돌아보기

루카스 그레이엄 내한

1월에는 루카스 그레이엄 내한공연에 다녀왔다. 그는 감수성 풍부한 아들이자 남자친구이자 딸바보다. 작년 지산 떼창에 반해서 눈물을 쏟은 그는 올해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루카스 그레이엄 노래 중에 하나 Funeral. 모두들 내 장례식에 어서 와요. 내가 살았던 방식이고, 멋졌어요. 우리가 끝난 건 아니에요. 나는 당신들을 사랑해요. 이 노래는 죽음에 대해,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노래다.

 

삿포로, 비에이 투어

진짜 눈, 진짜 추위란 무엇인지 보고 왔다. 여행에서 내 카메라는 추위 때문에 고장이 났고 휴대폰은 기온이 떨어져 배터리가 급속도로 닳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동상 걸리기 직전까지 걸어보고 눈밭에도 굴러보고 볼이 찢어지는데 배도 타고 추억이 많다. 이제 어쩌면 당분간이 아닌 영원토록 못 갈지 모르는 그곳. 다시 갈 수 있다면 꼭 삿포로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

인생 드라마

2월 11일 '눈이 부시게'가 방영되었다. 나는 세 번을 보았고 세 번 다 펑펑 울었다. 김혜자 배우의 대사는 아직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난 말이야, 내가 애틋해. 너도 네가, 네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을 애틋하게 여기는 사람이 행복할 자격이 있는 것 같다. 드라마 마지막의 김혜자 선생님의 내레이션 또한 눈물을 쏟게 했다. 

 

 

 

가장 소름끼쳤던 사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 5차, 7차, 9차 사건에서 이춘재의 DNA가 일치. 소름 끼치는 반전은 영화보다 현실에 있었구나. 이춘재는 1994년 처제 성폭행 및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알, 살인의 추억, 시그널까지 다 찾아 반복해서 봤었는데 진범이 밝혀지다니. 수사 기법이 조금만 더 일찍 발전했다면 범인도 진작에 잡혔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연쇄살인마 특집 방송을 했다. 프로파일러들과 김상중 님의 대화도, 범인들의 주도면밀함도 무서웠는데, 가장 소름 끼치는 건 그들의 현재 얼굴이었다.

개발공부 시작

2월부터 GatsbyJS스터디를 하게 됐다. 수준이 너무 높아서 힘들었지만 덕분에 개발에 관심이 생겼다. 스스로 쉽게 이해하고 싶어서 미디엄에 시리즈로 글을 올린 게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러나 반복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더라. 다시 한번 봐야겠다. 글은 이런 식으로 썼다.

 

Gatsby.JS와의 만남 #1 개념잡기

리액트는 무엇이고, 개츠비는 무엇입니까?

medium.com

4월부터는 자바스크립트 공부를 시작했다. 개츠비 스터디가 어려웠던 이유가, 코드에 대한 기초도 다지지 않은 채로 React나 GraphQL등을 바로 공부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서였다. javascript bootcamp 수업은 몹시 속성의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내 돈 내고 듣는 수업이니 빠지지 말고 듣자고, 열심히 코드를 따라 작성했다. 계속하다 보면 기억이 나겠지. 포기하진 말자. 페북 글을 보니 "이 악물고 8주간의 자바스크립트 수업 끝"이라고 쓰여있다. 물론 다 잊어버려서 다시 해야한다. 지금은 다시 공부를 하고 있다. 고비를 넘기고 싶으니까. 개발은 공부가 100%라는 김종민 님의 말을 믿고 꾸준히.

 

notion에 수업 내용을 기록해놓았는데 지금 보니 이것은 무엇......그냥 코드고 막 ㅋㅋ

 

간극, 퇴사, 노마드

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사과들을 하나 둘 썩히기 시작했다. 몰락의 시초. 팀의 정체성은 점차 변했다.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팀에서, 전사에서 요청하는 각종 잡다한 디자인만 하는 팀으로. 내 연봉과, 우리 팀과, 존버와 오래오래 머물던 그 자리. 그동안은 그래도 조금씩은 전진했었는데, 올해는 극단적으로 후퇴하는 모습을 봤다. 

세상은 도전하고 있다. 6월 27일에 조내뜬 아이브는 애플을 떠났다. 6월 3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가 판문점 남쪽 자유의 집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국회의원의 월 급여가 약 1,150만 원인 것을 공격적으로 보도했다. 필름카메라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필름 자판기가 출시되었다. 디지털이든 아날로그든, 각자의 길을 닦으며 발전해 나가는데, 팀은 아직 KPI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퇴보하는 팀을 살려야겠다 생각하고 애자일 조직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구체적인 대안은 나에게 떠넘겼다. 입사 이래로 가장 많은 면담을 했는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애자일 조직만이 해결책의 전부가 아닌 듯했다. 퇴사 고민을 한 3년은 한 것 같다. 그리고 지난 7월 31일부로 회사 생활을 끝냈다. 5년 동안 고치고 다듬고 싸우고 등 터지고... 애정 했던 프로덕트를 떠나기로 했다. 진저리 나 버린 리더의 존버 마인드도 그만 보고 싶었다. 미련은 버리는 게 좋고,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할 때가 되었다. 

퇴사 후에는 브랜딩, 강의, 여행 등 즐겁게 보냈다.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갈증도 점점 해소되었다. 회사생활을 끝내고 새 출발 잘하라고 명함을 선물해 준 타조빠에게, 맨땅인데도 플랫폼을 같이 시작하기로 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강의 초년생

생각도 못한 강사의 길이 시작되었다. 8월 스케치 강의로 출발선에 섰던 나. 10월 두 번째 강의를 하고, 수강생 분들과 연락이 이어지게 되었다. 고마운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난다. 믿고 따라줘서 매우 감사. 그리고 좋은 피드백을 받아 또 한 번 강의를 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한 달 살기가 끝나고 내년에 서울로 돌아가면 다시 또 특강 미팅 예정이다.

독서모임

독서모임의 초창기 멤버들이 4월부터 카톡 오픈 채팅방을 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정기 모임이 시작되었다. 1년 넘게 계속 이어지고 있고 고정 멤버도 생겼다. 사실 마음이 복잡하면 책도 읽히지 않는 법인데 그럴 때 이런 모임이 있는 게 조금 도움이 된다. 멤버 분들이 책이나 작가 이야기를 해 주시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좋은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그리고 반 강제적으로 모임용 도서를 읽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 월 1권은 읽게 된다는 점도 좋다. 도서, 서점 관련 링크가 수도 없이 오갔다. 모두들 책 얘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내년에도 오래오래 함께해요.

나로 살 준비

디자이너를 뺀 나의 삶은 어땠을까. 떠올리고 싶지 않은, 숨 막혔던 하루하루가 있었다. 최악의 생일을 보내면서 몇 년 동안 쌓인 게 터지고 말았다. 일이 아닌 다른 것에서는 왜 그렇게도 모멸감을 느꼈을까. 왜 자존감이 낮아져야 했을까.
대화가 고팠던 것인지, 조금 조금씩 주고받는 이야기들에 행복했고 더 이야기하고 싶었고 때로는 가슴 설렜다. 내가 어떤 걸 바랐는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존중받고 싶었던 것이다.

일단 사람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괴로움을 해결해보려 했다. 그 방법으로 희곡 낭독을 시작했는데 꽤 괜찮았다. 등장인물들을 혼자서 연기하면서 감정을 이입하고 다양한 사람이 되어 보았다. 가장 먼저 읽은 '소년 B가 사는 집'이라는 희곡은 공교롭게도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잘 골랐스. 거기에 몇 번의 심리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선택했다. 

그래서 지금은 제주도다. 여기서도 참으로 여러 날이 있다. 잡생각으로 가득 차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도 있다. 1년을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정답을 낼 수 없는 고민은 골치 아프다. 그래도 타이밍을 보는 것보다는 용기있는 결단력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앞날이 더욱 즐거우려면 뒤를 돌아보는 시간도 꼭 필요하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지고 있다.


2020년은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을 결과물로 만들어보아야 할 것 같다. 생각 정리는 시간에 맡겨 두고, 포트폴리오와 개발 결과물을 즐겁게 만들어보아야지.

잊지 못할 2019년.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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