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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안녕, 나의 2021년

올해는 백수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 아, 2021년...정말 힘들고 감당 못할 지경이었던 2021년. 올해는 특히 힘들고 분노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정리하기도 힘든 긴긴 시간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다.

내가 기억하는 올해의 이슈들

클럽하우스(2월)
올해 초에 생긴 오디오 채팅 서비스. 코시국에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초반에 클럽하우스에 참여했을 때 의견이 분분했다. 과연 이 서비스가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반짝하고 사라질 거라는 의견이 결국 지금은 맞아떨어지게 됐다. 디자이너나 개발자 모임에 잠시 들어가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을 하는 것도 있었지만, 나는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수확은 성대모사 방이었다고 생각한다. 매일 새벽까지 들으면서 계속해서 깔깔거리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한석규(소름 끼치게 동종업계 사람이었음)

코로나 백신접종
코로나는 곧 끝날 거라 생각했다. 아니 언젠가는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아무런 나아짐이 없는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여전히 멀리 여행을 하지 못하고, 모임도 하지 못한다. 출근을 하지 않아서 퇴사할 때까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손에 꼽힌다. 작년과 달라진 점은, 올해 2월 26일 드디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잔여백신 예약을 하지 못해 결국 10월에 화이자로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2차 땐 몸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곧 3차 접종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세상을 떠난 분에게 미안하지만 잠시나마 이해를 못 했던 것을 후회하고 반성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서도, 알고 보니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성희롱 또는 성추행, 집단 따돌림, 퇴사 종용, 가스라이팅 등을 당하고 있다는 걸, 나는 회사를 보고, 시사프로그램을 보고, 블라인드를 보고, 국정감사를 보고 점점 더 알게 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그 사건으로 인해 세상에 좀 더 알려졌고, 마땅히 벌 받아야 할 사람들이 벌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너무 약한 징계다. "벌은.. 잘못한 사람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의 대사다.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위로 위로 올라가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퇴사를 하는 현실에 환멸이 났다. 그리고 나도 잠시나마... 말투가 공격적이어서 누군가가 나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고 직책자들한테 클레임을 걸었다는 얘기를 듣거나, 뒤에서 연달아 내 이야기를 안좋게 하는 등, 퇴사자 면담에서까지 비슷한 얘기를 세 번을 듣게 됐는데, 사람이 낙인찍히는 건 참으로 한순간이라는 걸 느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런 말들에 휘말려 자책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상처를 받기 시작할 수도 있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 전두환의 사망
이 세상에 광주 학살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700명이 넘는 국민들이 사망하거나 다쳤다. 어떻게 2021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지,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분노하는 일들이 계속되는 건지 모르겠다.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노태우가 사망하였는데 정말 잘 죽었다 싶으면서도 누릴 것 다 누리고 떵떵거리다 죽는 것에 크게 분노했다. 재산 환수를 못하거나 재판이 피의자 사망으로 중단되거나 하는 일도 너무 화가 났다.


올해의 나의 일

이혼 후 삶의 변화
이혼을 했다. 거의 결혼생활 내내 고민하며 나도 모르게 홀로서기 준비를 차근차근 했던 것 같다. 늘 뭐든 혼자 했으니 말이다. 내가 결정을 망설였던 건 아마도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나의 앞으로의 삶보다 부모님께 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내가 이야기를 하면 아버지에게 참고 살지 그러냐는 말을 듣거나 또는 얻어맞거나 할 것만 같았다. 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리든 응원하든 내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거나 쓸 데 없는 관심을 보일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부모님은 그동안 내 얼굴에 얼마나 힘이 든 지 다 쓰여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중요한 건 니 인생이라고, 너도 어른이니 알아서 잘 선택한 거라 믿는다고 하셨다. 너무 서럽고 고마웠고, 나를 믿어주시고 존중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하며 펑펑 울었다. 그동안의 나의 마음고생에 대한 보상 같았다. 친척들도 친구들도 오히려 그런 결정을 한 나의 용기에 진심이 담긴 응원을 해 주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자기들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만이 수군거렸고 참고 살라고 이야기했는데, 내가 사람 보는 눈이 그래도 괜찮았나 보다. 그때의 선택으로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해방되었고, 그로 인해서 더욱 행복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힘들지라든가 왜 그랬어라든가, 이런 말들은 모두 본인들 기준으로 잡은 프레임인데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힘들겠다 어쨌다를 말하면서 위로 선물 세례인지. 속사정이라도 오랫동안 알아와서 진정으로 하는 말이면 모를까. 그냥 그 사람이 닥친 일 하나 들은 거 가지고 멋대로 자기 기준으로 품평을 해 버리네. 가만히 있다가도 이런 시선을 보면 힘들어진다. 내가 힘들면 힘들다 말 안할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애초에 당신한테 내 힘듦을 말할 가치도 없었다. 그 간단한 한마디로 평가될 내 인생이 아니라고.


나에 대해서 많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어떤 대화를 한 적이나 있는지, 우리 집에서 나와 동거인과 같이 살아보기라도 했는지, 무슨 근거로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짧게나마 글을 쓴 적이 있다. 아직도 나는 그들의 응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하고 싶은 것들을 했다. 치아 교정을 시작하고, 튼튼한 차를 사서 여행을 다니고, 서울 둘레길을 신나게 걸으며 스탬프를 찍었으며, 둘레길을 걷지 않을 때도 아침저녁으로 운동을 했다. 취미생활도 계속 하고 열심히 하는 만큼 부캐가 될 준비도 시작했다. 이 모든 게 나의 괴롭고 복잡한 마음을 극복하기 위한 일이었다 할 지라도 나는 행복하다. 후회는 없고 그냥 가끔씩,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잘해보려고 한 거였으니까. 그 생각으로 괴로운 걸 빼면, 의외로 괜찮다. 나는 천천히 회복 중이고,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다.

 

미친듯이 몰려버린 일

뭐 이 일들도 이어지는 일들이긴 하다만, 동시에 몇가지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서 적어본다. 아래는 무려 3개월동안 벌어진 일이다.

회사일 + 이직 준비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 인터뷰 과제 준비 + 인터뷰 + 목공예기능사 필기 준비 + 집팔려고 집 치우고 짐 버리기 + 살 집 보러 임장 다니기 +  살 집 보러 부동산 다니기 +  집 매도 매수 계약하기 + 목공예기능사 실기 준비 + 보금자리론 알아보다 실패 + 주택담보대출 알아보다 실패 + 재택중에 선 한도부여 은행방문하기 + 자서 쓰러 은행 다니기 + 집에 큰짐 다버리기 + 새로운 회사 일 하기 + 이사준비 + 이사 + 매도 매수 관련 서류 작성하기 + 새살림 장만하러 쇼핑 + 짐버리고 버리고 버리고 풀기 

적고 나니 미친 것 같다. 이걸 내가 다 했다고? 내년엔 저것들 다 안해도 되니까,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여행다니고 열심히 캠핑 다녀야지.

올해 읽은 책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책이 좋아서 놓지 않으려 했다. 아래는 올해 읽거나, 읽고 있거나, 맞지 않아서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던 책들이다. 나는 책이 없으면 안 된다. 책이 없으면 괴로움이나 공허함을 이겨낼 수 없다. 읽지 못해도 책은 옆에 꼭 있어야 한다.

공부란 무엇인가 - 김영민 / 리츠 호텔만한 다이아몬드 - 스콧 피츠제럴드 / 소비수업 - 윤태영 /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 박용만 / 모멸감 - 김찬호 /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 김민철 /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 요조, 임경선 /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 요조 / 오늘도 무사 - 요조 / 인간의 대지 - 생텍쥐페리 / 산책과 연애 - 유진목 / 사용자 경험 리서치 매뉴얼 - 김승인, 안지현 / 베조스 레터 - 스티브 앤더슨 /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 서귤 / 두번째 지구는 없다 - 타일러 /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 없던 오늘 - 유병욱 / UX라이팅 시작하기 - 권오형 / 우리는 더듬거리며 무엇을 만들어 가는가 - 한승재 / 일기 - 황정은 / 개소리에 대하여 - 해리G. 프랭크퍼트 /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 - 김종민 / 프리워커스 - 모빌스 그룹 /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김하나

 

평생 간직할 수밖에 없는 시간

세상과 다른 눈으로 나를 사랑하는,
세상과 다른 맘으로 나를 사랑하는
그런 그대가 나는 정말 좋다.
권진아 - 위로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 네 생각이 많이 난다. 진심으로 서로가 잘 되길 바라는 친구. 계속 옆에 있지 못해도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 짧은 시간동안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이야기 속에서 진심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만 엇나가는 시간을 이길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이 같다는 걸로 이미 위로 받았다. 옆에 있어달라는 말로 충분하다. 그 말을 믿고 싶다. 그 이틀동안 있었던 일은 평생 가슴속에서 빼내기 힘들 것이다. 잊지 못한다. 평생. 추억으로도, 상처로도 평생 잊지 못한다. 아마 이대로 쭈욱 글을 쓴다면 가슴속이 꽉 차고 넘쳐서 터져버릴 수도 있다. 너를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여전히 천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더 잘 되자. 더 좋은 서로가 되자. 나도 좋은 기분만을 남겨두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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