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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퇴사여행

이틀간의 강의가 끝나고 나는 진짜 무계획으로 제주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혼자 이렇게 여행을 오게 될 줄이야.

내가 일을 그만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굉장히 꿈에 부푼 측면이 컸다. 나는 만들려고 계획해둔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런데 강의 준비로 프로젝트를 미뤘고 거의 진전이 없던 것에서 약간 조바심이 났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마음 정리를 좀 하고 다시 0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편해졌다.

노트북을 가져왔으니까 다른 짐은 최대한 가볍게 다녀오자 생각했다. 제주 맛집은 뭐가 있으니 뭘 먹어야 하고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무작정 걷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걸을 수 있을 만큼 계속 걷기로 했다. 렌트를 하는 것보다 버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제주 바람이 부는 논길, 현무암 담벼락, 태풍이 지나가는 바닷길을 지났다. 성공한 것은, 회사에서 겪은 모든 시련은 다 털어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을 해나갈 거니까 이제까지의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돈하고 새롭게 파이팅하겠다.

12일 저녁 도착 및 강의 내용 다시 한번 훑어보기
13일 첫날 오전 강의 - 협재 - 모슬포항 - 사계 해변
14일 둘째 날 오전 강의 - 한동리 걷기
15일 한동리 - 월정리 - 평대리 걷기
16일 종달리 걷기

4일 동안 총 39km, 51246걸음을 걸었다. 5만 걸음에 지난 일들이 싸악 정리되는 것도 신기했다. 특히 강의가 끝난 14일 오후는 정말 후련했다. 걸으면 더 많은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다. 폭염으로 더 많이 걷지 못해 아쉬웠다. 집에 돌아와서 목 뒤쪽이 따가워서 봤더니 너무 타서 벌개져 있었다. 베개를 베고 잘 수 없을 정도로 따가움을 느끼고 나서야 아 내가 무리했구나 싶었다.

이번 여행의 최고 동반자는 로모 심플 유즈 다회용 카메라였다. 너무 가벼운 탓에 왠지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팔던 장난감 카메라처럼 찍는 시늉만 하는 기분이다. 셔터를 누를 때 '팅~'하는 소리만 들려서 이게 찍히긴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이번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이건 시작부터 필름을 끝까지 감아놓은 후에 한 컷씩 돌려서 밀어 찍는 카메라다. 걷다가 멈춰 서서 찍고 또 멈춰서서 찍고. 레버를 한 컷씩 돌릴 땐 직직직직 하는 소리가 나서 귀엽다. 걷는 여행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 필름 스캔 결과물을 보고 나서 더 매료됐다. 아날로그 갬성 좋구나, 좋아.

협재 해수욕장이라니, 나는 운동화에, 백팩 메고 걷는데 다들 피서왔엉 ㅜ
협재해변에도 뭔가 캐내면 나오는 것 같다?
올레길 걷기. 뱀 나오는 건 아니겠지 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되게 뭐랄까... 내가 카메라를 만들어서 찍은 느낌이야 ㅋㅋㅋ
협재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점 아베크
제주도는 이렇게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상점이 많았다. 사진은 왠지 모를 광각느낌
빛을 덜 받으면 이렇게 조금만 어두워도 아예 실루엣이 된다. 이게바로 로모심플유즈 덕후의 길
바람이 불어도 제주가 좋아서
한동리의 저녁. 난 저기 저 풍력발전기 좋더라
이번에 갔던 곳 중에 가장 예뻤던 카페 깃든. 다음에 또 올게
이 자리에 앉아서 카레와 청귤에이드를 먹을 때의 행복함!!
항구가 생각나는....
한동리 바닷가
폰에 하늘이 비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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