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ING

책장# 훈의 시대

학교의 훈

훈의시대의 훈은 인간을 규제하는 언어를 말한다. 지금까지 교훈에 대해 깊게 생각하거나 따져 보려 한 적이 없다. 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는 것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작가는 훈을 주제로 삼고 전국 학교의 훈을 모았다. 거기에는 일정한 규칙과 흐름이 있었고 그 흐름은 충격이었다. 교훈은 모르는 사이에 남녀 역할을 구분하며 고정관념을 심어 오고 있었다. 우리 학교의 훈을 다시 찾아보았다.

  • 중학교 : 참되고 슬기롭고 아름다워라
  • 고등학교 : 정직 창의 협동

나는 여중, 여고를 다녔다. ‘성실 순결 봉사’라든지 ‘참되고 어진 어머니’, ‘슬기롭고 알뜰한 참여성’, 심지어 ‘고운 몸매’ 등이 교훈인 학교들도 있으니, 아름다워라 정도는 약과다. 찾는 김에 근처에 있던 남학교들도 찾아봤다. 중학교는 ‘근면 성실’, 고등학교는 아주 짧게 ‘정직‘이었다. 학교 정문의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 있거나, 건물 입구로 들어갈 때마다 머리 위에 쓰여 있는 문구를 보며 학교를 다녔을 텐데, 자연스럽게 눈에 익을 교훈이 너무나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학교 설립 연도나 학교장에 따라서 훈도 다르고, 교훈을 바꾸려 하면 그 학교 설립 초기 졸업생들이 반대를 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멋있다고 생각한 훈(물론 여고의 훈이 아니다)

  • 인화단결, 자강불식
  • 높은 이상을 품고 배움에 정진하라.

여고는 여고라 부르고 남고는 그냥 고등학교로 부르는 것도 그냥 여고니까 여고라고 부르나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여고를 여고라 부를 거면 남고도 남고로 부르는 게 맥락이 맞아 보인다.

이미 익숙하고 물들어있어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언제나 시선 밖에 존재했던 교훈에 특별하게 물음표를 갖지 않았었다. 오랜만에 교훈과 교가를 찾아봐서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만약 우리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바꾸려 노력했다면 어땠을까? 불가능했던 시대가 분명 있었지만 이제는 이런 언어도 바꿀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훈의 시대로 인해 바뀌고 있다고 한다. 변화는 항상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회사의 훈

사훈은 여전히 존재한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사훈이 없는 대신 비즈니스 핵심가치가 있다. 다녔던 회사들에 사훈이 있었던가? 사훈이야말로 신경 쓰지 않았고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사훈이 딱딱할수록 규제도 많다. 사훈은 대표의 생각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규제가 많을수록 반감이 든다. 회사에서 사훈을 머릿속에 새겨 두고 일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제는 평생직장이냐 평생직업이냐를 고민하는 시대다.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것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성취감을 높이는 시대인 만큼, 대표의 마인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장과 사원은 win-win이 되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훈

한동안 나의 훈은 ‘나를 괴롭히자’ 였는데, 발전적인 의미로 다짐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훈 자체로도 이미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늘 긴장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경계하는 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은 뉘앙스라도 말을 다르게 표현해 최근에는 ‘배움에는 끝이 없다’로 정했다. 지금까지 자의적으로 배우면서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었다. 훈으로 즐거워진다.

개인의 훈은 스스로에게는 득이 되지만 타인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는 오지랖과 노파심이 늘 존재한다. 그래서 남의 인생에 훈수를 참 많이도 둔다. 자신의 언어로 상대방을 규제한다. 그런 학교는 왜 가니? 취업은 안 해? 니 나이에 괜찮은 사람은 이미 다 채 갔어. 아기는 낳아봐야 행복한지 알아. 그 나이 먹으면 다른 회사에서 서류도 안 봐. 버티는 자가 살아남는 거야. 사회생활하려면 좀 굽혀야 되더라.

물론 새겨들을 것들이 많다. 그런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어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인 사람에게는 특히 더. 마음에 들지 않아도 각자의 삶이고 만족이고 성취다.

차라리 이런 말을 듣으면 감격에 복받칠 것 같다. 눈이 부시게 중에서.

너도 니가, 니 인생이, 애틋했으면 좋겠다.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Spectrum Con 2019 참석 후기  (0) 2019.07.20
온라인 스터디 플랫폼, 스터디파이 이용 후기  (0) 2019.06.06
책장# 훈의 시대  (0) 2019.05.04
책장# 걷는 사람, 하정우  (0) 2019.04.16
워드프레스에서 다시 티스토리로  (0) 2019.02.24
산 속에서  (0) 2019.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