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RITING

2020년을 돌아보며

 

온라인 강의 편집 마무리 단계에 있다.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오늘만은 잠시 내려놓고 연말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돌아볼 시간은 가져야 하니까. 올해는 참, 어떤 해로 기억할지. 그냥 신기하기만 하다. 상상도 못 한 일들이 가득한, 무언가 한 게 없지만 한편으로는 한 게 많은, 그래서 몇 없는 추억들을 더 기록하고 더 기억하고 싶은 해. 

 

2020 나의 이슈들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3월)

정말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그중에 가장 컸고 가장 새로웠던 일은 올해 3월에 일어났다. 나는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조직의 소속이 되었을 때, 그 소속된 조직이 잘 되기 위한 노력을 해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더 이상 재미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퇴사를 결정해왔다. 그래서 내 것을 하려고 결심했고 올해 초까지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운명적으로 입사를 한 것 같기도 하다. 덕분에였을까. 그 뒤로 나는 더욱 극단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프로젝트와 상반기에 계획했던 일들은 모두 중단되었다. 

 

하지만 그 대신에 정말 케미가 잘 맞는 동료들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배울 점도 많고 성장할 수 있는 동료들.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같이 플랫폼의 구조화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은 스케일이 매우 컸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동료들과 함께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에는 없었던 토론 문화를 함께 만들었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지식도 계속 쌓고 있다. 짱돌을 굴리면 더 객관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고, 플랫폼은 일관성 있는 요소들로 하나 둘 채워졌다. 앞으로 할 일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이 쌓여 함께 자라기를 실천하는 중이다. 그동안 다닌 회사에서 누려보지 못했던 복지를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올해 얻은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온라인 강의 제작(5월, 11월)

작년에 첫 강의를 했을 때 매우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강의는 올해도 계속 이어졌다. 올여름에는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정말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땡볕을 걷고 걸어 스튜디오에 도착하면 진땀을 흘렸었다. 급박한 일정에 하루에 13개의 강의를 녹화했던 날도 기억한다. 스튜디오의 스텝 여러분이 진심으로 고생했다고 얘기해주셨던 날. 화면 녹화가 잘못 되어 재촬영까지. 두 달여간의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이 끝났을 때의 후련함. 그렇게 첫 번째 온라인 강의 제작을 무사히 마쳤다. 곧 수강생 피드백이 나온다고 한다.

지금은 두 번째 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툴 사용법과 디자인 기초 관련 강의다. 내가 이걸 또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특히 이번 강의는 촬영뿐 아니라 편집까지 직접 하는 거라서 더욱 애착이 간다. 사운드와 영상을 편집하면서 유튜브 채널을 열겠다는 꿈을 꾸었는데 과연ㅋㅋㅋ 1월 초 개강 이후에는 수강생들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자주 소통할 예정이다.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면 누군가를 가르쳐보라는 명언을 읽고 매우 공감을 했었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커다란 책임감을 느꼈다. 강의를 만들면서 디자인 기본 지식을 더욱 다졌을 뿐 아니라 점점 더 부족함을 느끼기도 했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2월, 12월)

서핏에 나의 글 3개가 등재되었다. 몇 년 전에 쓴 글인데 놀라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글을 썼다는 게 너무너무 기뻤고 설렜다. 글을 더 쓰고 싶었지만 그 뒤로 바쁜 업무와 강의 등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나의 미디엄에는 드래프트만 계속해서 쌓여갔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지인에게서 톡을 받았다. 디자인 관련한 단톡방에 내가 쓴 글이 공유되고 있었고, 실제로 필요한 글이라는 메시지들이 있는 화면이었다. 아직 내가 쓴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됐다. 좀 더 공부를 하고 글도 다시 써야겠다.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2021년에는 글 쓸 마음의 여유를 더 만들려고 한다.

 

 

 

두 대의 카메라로 필름 생활(3월, 10월)

올해는 두 대의 카메라를 만나게 되었다. 두 개 다 목측식 카메라인데, 그중 하나인 롤라이 35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모두 수동으로 조절하고 노출계를 보면서 노출값을 제대로 설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완전 수동 카메라다. 콘트라스트가 매우 잘 나오는 카메라, 찍는 즐거움뿐 아니라 가지고 다니는 즐거움까지 큰 카메라다. 심지어 그냥 둬도 너무너무 예쁜, 너무 간지 나는 카메라다. 그런데 노출계에 문제가 생겨서 수리를 맡긴 후로 당분간 이 카메라를 만날 수가 없었다. 몇 개월 후 결국, 노출계는 완전한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롤라이 35

 

그렇게 수리과정에서 새로 알게 된 카메라가 보이그랜더였다. 노출계가 필요하지 않고, 목측식으로 거리를 측정하면 자동으로 밝기가 조절되는 카메라였다. 크기와 작고 무게가 가볍다는 점, 어디서든 들고 다니며 바로바로 찍을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고, 롤라이 35를 받으러 가는 길에 같이 구매해버렸다. 보이그랜더는 제주 여행에서 아주 잘 사용했다.

코로나가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질 줄은 몰랐다. 야근도 끊이지 않았다. 가방 속에 매일매일 넣고 다녔던 카메라들이지만 출퇴근할 때만 겨우겨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곧 시작되는 2021년에는 주말에라도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보이그랜더 비토C

 

코로나. 

2020년은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많이 하긴 했다는 걸 알았다. 물론 모든 건 마스크를 쓴 채로 였다. 마스크 쓰고 면접 보기, 걷기, 일하기, 강의하기, 여행하기. 어떤 일도 보통날이 아니었다.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고 마음껏 걷지 못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없었고, 만나서 마음껏 수다를 떨 수도 없었다.

제주도에서 여행을 하던 날들.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사람이 그리웠고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만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우 보고 싶다. 그동안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봄에는 미세먼지를 마시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어서인지 올해 한 번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겨울에는 보온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래도, 2021년에는 꼭 모두가 코로나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고 활기차게 제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반성

장기 목표는 미리 세우지 말고, 주 단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짧게 짧게는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게 쉽더라.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세운 계획에 대해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기회라 생각되는 것들도 가끔은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거절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이다. 물론 좋은 점이 더 많긴 하지만, 원래 하기로 했던 건 미뤄졌다. 뭐 한편으로는 입사나 강의를 거절했다면 내가 원래 하기로 했던 프로젝트와 개발 공부를 계속했을까 의문도 들긴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정말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 더, 좀 쉬어도 된다. 쉬는 방법을 달리 하되,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좋다.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하루하루 신나게 보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있어야 한다.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그저 신나게 보내자.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많이 만들자. 일이든 놀이든, 사랑이든. 많이 만들고 많이 즐기자.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딱 맞는 문장들  (0) 2021.04.05
소확행은 계속 된다  (0) 2021.02.20
2020년을 돌아보며  (0) 2020.12.31
다시 글 쓰기  (0) 2020.12.15
간편도서대출서비스 고맙게 시작  (0) 2020.02.28
하던대로 쭈욱 가자  (0) 202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