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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pectrum Day - 김종민 님의 '영감'

김종민 님은 디자인 테이블 인터뷰를 듣고 처음 알게 되었다.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개발자다. 그동안 들었던 인터뷰와는 사뭇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 이 분은 정말 순수 노력파라고 생각되었다. 한계를 넘어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하고 싶은 건 집요하게 파고들고, 문제점을 인식하면 스스로 적극적으로 그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을 존경하게 되었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그동안 블로그에서 훔쳐보았던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보았다. 같이 갔던 디자이너는 '아 마치 디지털 전시회 몇 개를 동시에 본 것 같아요!'라며 감동했다. 나 역시 그동안 넋 놓고 보고 있던 작업물들을 직접 만든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전시회를 설명하는 베테랑 도슨트의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세미나에서 느꼈던 것들이다.

  1. 영감이 떠오르면 언제나 작업으로 연결되는데, 초심이 유지돼야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기에 오래 걸리게 작업하지 않는다.
  2. 코드를 어떻게 짜는지가 떠올라야 만들어봐야지 하는 생각도 드는 게 아닌가!
  3. 요소들이 겹치고 애니메이션이 겹쳐도 브라우저나 디바이스에서 최적화가 된 게 신기하다.
  4. 잠은 언제 자나.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곧바로 이렇게 이어졌다. 저분도 저렇게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스스로를 괴롭혔을까!!!

좋아하는 것을 하는 사람.

그는 노력보다는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었다. 어떤 장면, 어떤 장소, 어떤 사물에서든 영감을 얻고 그걸 바로바로 만들어보는 사람, 그게 취미인 사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뭐만 봤다 하면 어! 이거 만들어봐야지, 하고 실행 고고다. 버스, 한글, 비 오는 날 창문, 모자, 명화, 점묘화, 구급상자, 차모이소스, 시계 등등... 영감이 안 떠오르는 곳이 없다. 영감이 떠오른다 해도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까지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다. 퇴근해서 만들고, 비행기 안에서도 만들고, 출근 전 30분 동안에도 만들고.

왠지 개발자이기에 좀 더 유리한 게 아닐까. 왜냐하면 영감이 떠올랐을 때,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근본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그리는 방식부터 다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드를 알고 있어야 구현이 가능하니까. 디자이너라면 할 수 있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이 있으니. 하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그게 또 그게 아닌 것이, 모르는 개발 코드는 검색하면 나온다고 한다. 코드 따라 치기와 반복을 계속하면 결국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손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이라, 뚝딱뚝딱 재미있게 집 앞마당에 벤치를 만들고, 책도 만들고, 아이를 위한 책장도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패드를 매킨토시 클래식 안에 넣어 컴퓨터 모양의 스탠드를 만든 에피소드에 감동했었다. )

회사에서는 개발자로서 정답을 찾고, 집에 오면 하고 싶은 걸 만들고, 찌들어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작업물로 푼다고 했다. Q&A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받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좋아하는 것을 접해본 적이 없다. 온라인 상으로도 좋은 멘토가 있다. 좋은 동료도 있는데 왜 사수가 꼭 있어야 하는지, 왜 의지하고 힘든 점을 사수에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등등 역으로 질문을.... 이것은 설마.... 이해할 수 없는 한국 문화인 것인가!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지 말자.

얼마 전 좋아하는 개발자 선생님과 만나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때 그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셨다. 그림을 너무 크게 그리면 중간에 지치거나 완성까지 못 갈 수도 있으니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그런데 김종민 님도 소오름끼치게 똑같은 말을 했다. (내가 이분들을 리스펙하고 있는 공통적인 이유를 이때 알게 되었다.) 작은 것이라도 먼저 실행으로 옮긴다.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빠르게 완성할 수 있게 쪼개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의 말 중에 가장 인상적인 말은, 개발은 공부가 100프로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이 찾아보고 만들어보며 공부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종민님도 개발이 처음에는 어렵지만 고비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쉽고 재미있다고 했다. 쉽고 재밌게 되기까지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다. 모르면 물어보고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이다.

난 지금 스크립트 공부를 하고 있지만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고 있다. 언어를 꼭 다 알아야만 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뭐라도 만들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모른다고 해서 계속 앞 페이지만 붙들고 공부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세미나의 가장 큰 인사이트다.

 

스펙트럼 데이 | 2019. 11. 09 : OPEN PATH

디자인 스펙트럼의 격월 이벤트 '스펙트럼 데이'의 2019년 11월 스피커는 인터랙티브 디벨로퍼로도 알려져 있는 구글의 김종민 (https://blog.cmiscm.com) 님입니다.'영감'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주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과 개발로 풀어내는지 이야기합니다.진행순서-------------------------------------------13:30 - 14:00     입장 및 등록확인14:00 - 15:30     Keynote sess

www.openpa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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