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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

Spectrum Con 2019 참석 후기

출처 : 원티드 홈페이지

컨퍼런스는 업계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특히 디자인 스펙트럼은 디자인에 인문학이 추가된 성격인 것 같다. 이 커뮤니티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매우 섬세하고 탄탄하다고 느껴왔다. 모르는 내용이 많이 나오면 자기반성의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면 또 다른 생각으로 연결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울림을 얻으며 나의 이야기로 끝맺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도 참석했고 얻은 것을 써 보기로 한다. 

인상 깊은 세션 1 : 조나단 정의 짧은 스피치

2017년 CA CON 76에서 조나단 정은 구글 머터리얼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머터리얼 디자인의 과정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그리고 그 디자인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구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등을 듣고 연이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발표 스케일이 매우 컸다. 사실 이번 컨퍼런스 비용이 비싸진 이유가 이분에게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쿠팡에서 구글이 아닌, 구글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이유가 무엇인지,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이번에는 쿠팡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가 이번에 가져온 주제는 Business Driven Design이었다. 굉장히 의문이 드는 진행이었다. 음 이게 다인가? 왠지 모르게 개요만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말 몇마디는 천냥 어치의 고민을 하게 했다. 상품 구매의 한 섹션을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구성원들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로켓와우클럽이 예고편이라면, 쿠팡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니 곧 뭔가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인가. 

비즈니스 드리븐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디자이너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다. 요즘 나는 스타트업과 관련된 스터디를 하면서 디자인과 비즈니스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런 내가 다시 대기업 계열사로 들어간다면 비즈니스 드리븐 디자인을 고민할까 아니면 정치적 장애물을 건널 방법을 고민할까. 같은 하늘 아래 참 씁쓸한 세상이다. 한잔혀...

인상 깊은 세션 2 : 극강의 TOSS

옷을 맞춰 입은 두 분이 등장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TDS 세미나에 참가 신청을 했다 떨어져서 이번 컨퍼런스에서 꼭 듣고싶은 세션 중 하나가 TOSS였다. 반갑게도 이번에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해 실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했다. 그런데 시연 도중 영상통화가 울렸고 그 순간부터 내가 지금 돈을 내고 컨퍼런스에 온 건지 메가박스에 극한직업을 보러 온 것인지 모를 정도로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장 내는 웃음바다였다. 아직도 한국인 팀 쿡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모얼뤼얼! 유캔뜌잇!

실제 실무의 풍경이 그럴 것이다. 일은 쉴 새 없이 빨리빨리 진행되고, 남의 팀 사정 안 봐주고 디자인 요청할 거고, 이거 30분 내로 되죠? 이랬는데 안 된다고 하면 싸울 거고 말 못 한 채 작업해서 전달하면 디자이너는 하얗게 불태우고 자괴감 들고. 그런데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하면 이 모든 소모적인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단, 디자인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필요성을 깨닫는다는 전제 하에서만 이뤄진다. 

현실감 넘치는 TOSS팀의 연출에 격하게 공감했다.

모든 세션에서 : 리더에게 필요한 것.

이번 컨퍼런스는 리더가 들었으면 하는 내용이 많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세션은 Lightning Talk 였는데, 특히 하이퍼 커넥트 김성호 디자이너의 강연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어떤 팀장, 리더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100장이 넘는 페이지를 일일이 수동으로 작업할 수도, 단시간에 더 효율적으로 디자인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로 UI를 그린다는 회사 이야기를 듣고 혹시 우리회사 얘긴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2016년 줜설의 일러스트 와이어프레임.

나이가 들고 연차가 쌓이면서 머리가 커졌다고 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꼰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내얘긴가? 그런데 생각보다 이런 리더나 회사가 많다고 느낀다. 현실 또는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고 자만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드라마의 대사를 듣는다. 회사 바깥은 지옥 타령. 세상은 바뀌고 있다. 디자인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리더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변화할 생각이 없는 리더와 일한다면 LINE의 UX, 인터랙션 팀 빌딩 과정이나 TDS는 딴 세상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어딘가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관리직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줄 타거나 정치하거나 월급만 가져가는 루팡 리더님들은 제발 각성하시길 바란다. 그럴 의향이 없으시옵시면 제발 팀원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렴이라도 해 주셨으면 한다. 본인이 하기에 따라서 팀원들이 제자리걸음을 할지 퇴보할지가 결정된다. 아는 만큼만 보다 보면 아는 만큼도 보이지 않게 된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모두가 기쁘게 디자인할 세상살이를 만들어 보아요. 에?

가장 와 닿았던 말. 마켓컬리 세션

제대로 쓰는 1분 1초가 Joy of Design

조직 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환경에 따라 쉽고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여러 번 시도해도 여러번 실패할 수도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과 비켜가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나에게 득을 줄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길은 많으니 비켜가도 괜찮다고 결론을 내렸다. 회사보다 앞서 디자이너로서의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넘어도 넘어도 끝이 없는 장벽을 넘었을 때 기쁨이 온다면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이고, 허탈하다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디자인의 기쁨을 꼭 회사에서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 숨어서 일하던 방식을 벗어나 방대한 네트워킹의 형태로 변해가는 시장에서 디자인의 기쁨 찾기. 도전해볼 만하다.

그래서 나는 제대로 쓰는 시간이 Joy of Design이라 생각해보았다. 디자인 시스템으로 정말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듯이, 디자이너의 삶도 효율적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추억해보면, 소모전을 없애고 1분 1초를 제대로 썼을 때가 가장 기뻤던 것 같다. 매 순간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